스타일난다의 성공 비결: 기획안 없는 단순함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정교한 사업 계획서를 만들기 위해 거금을 주고 시장 조사를 하거나 유명한 컨설팅 업체에 사업 타당성 평가를 의뢰하기도 합니다. 기업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백 페이지짜리 기획안을 만드는 데 수십 명이 몇 개월 동안 달라붙어 일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공을 들여 작성한 기획안이라도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시장 조사와 컨설팅의 한계
시장 조사와 컨설팅은 기존 사업과 시장을 바탕으로 이뤄집니다. 신사업이 어떻게 될지는 그들도 모릅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원하는 것을 보여 주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스타일난다의 성공 이야기
2018년 세계적인 화장품 그룹 로레알이 6000억 원에 인수한 패션 화장품 기업 ‘스타일난다’ 김소희 창업자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 1세대입니다. 2004년 그녀가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사다 인터넷으로 팔 때만 해도 보세 옷은 대부분 지하상가나 로드숍에서 팔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옷을 입어 보지 않고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21세이던 그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인터뷰를 통한 깊이 있는 이해
그녀를 만난 건 스타일난다가 로레알에 인수되기 얼마 전이었습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 있는 본사에 도착하자, 밝은 노란색 긴 곱슬머리의 그녀가 흰색 블라우스에 나팔 청바지를 입고 나타났습니다. 스타일난다의 모델 ‘난다걸’ 모습 그대로입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골목이 복잡해서 찾아오기 어렵지 않았나요?”
기분 좋아지는 목소리. 발랄한 옆집 친구 같았습니다. 그녀는 언론과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사교적인 사람이 왜 인터뷰를 안 할까?
“부끄러워서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에요. 또 제가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잖아요. 고객들하고 ‘언니, 언니’ 이러면서 친해졌단 말이에요. 그런데 성공 비결이 어떻고 하는 거창한 인터뷰를 하면 고객들이 저를 얼마나 부담스러워하겠어요.”
인터넷 쇼핑몰의 시작
그녀가 처음부터 인터넷 쇼핑몰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를 따라 동대문시장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베이지색 트위드(양모 실로 직조한 빳빳하고 거친 질감의 옷감) 재킷을 하나 샀는데, 집에 놀러 온 친구가 그 옷을 보더니 말했습니다.
“어머, 예쁘다. 진짜 비싸 보인다. 한번 팔아 봐.”
혹시나 하고 옥션에 올려 봤습니다. 3만 원짜리가 8만 원에 팔렸습니다.
‘내가 고른 걸 남이 사 주다니.’
그렇게 몇 번 옷을 사고팔았습니다.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과 어려움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만드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힘든 건 시장의 거래처 사람들이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대해 잘 몰라서 사업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옷 사러 가면 그냥 부평 지하상가에서 장사한다고 했어요. 인터넷 쇼핑몰에 대해 설명하기도 귀찮고, 설명해도 잘 모르니까요. 괜히 이상한 거 한다고 오해하면 옷을 제대로 못 받거든요.”
사전 조사의 한계
만약 그녀가 외부 업체에 의뢰해 시장 조사부터 했으면 어땠을까? 컨설턴트들은 동대문시장을 돌아본 후 ‘상인들의 인식이 인터넷 쇼핑몰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분석했을 것입니다. 시장 조사원들은 로드숍을 드나드는 2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옷은 입어 보고 샀을 때와 입어 보지 않고 샀을 때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건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결과를 도출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그녀가 사전 조사를 먼저 했다면 지금의 스타일난다는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정보 편향과 의사 결정
우리는 종종 '정보가 많을수록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정보 편향(info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보 자체에 중독되어 더 많은 자료를 찾아 나서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쓸모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 확률이 높습니다. 정보에 질려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 사업의 실패
예를 들어, 저는 언젠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볼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사이트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아울렛에서 팔릴 만한 물건들을 사서 한국에서 팔아보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정보를 모으다 보니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았고, 과연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가 더해졌습니다. 결국, 정보 자체에 질려 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보의 과부하와 일상생활
더 많은 정보가 항상 더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종종 적은 정보로 더 나은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 출장이나 휴가지 숙소를 예약할 때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면, 그냥 예산에 맞는 곳, 인터뷰 장소와 가까운 곳, 우범 지대가 아닌 곳, 평점이 가장 높은 곳 순서로 단순하게 고릅니다.
정보의 과부하와 직장 생활
이런 심리는 직장에서도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상사가 "신박한 아이디어 없어?"라고 물을 때 괜히 열심히 한다고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고, 그런 것도 있습니다"라고 말해 봐야 좋은 소리 못 듣는다. 가짓수가 엄청 많으면 모를까, 딱히 아주 많은 것도 아니라면 제대로 고민해 보지 않았다는 인상만 심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엄청나게 고심한 표정으로 "이런 게 하나 있는데요"라고 말하는 게 채택 확률이 높습니다. 상사를 선택의 고민에서 벗어나게 해 줬기 때문입니다.
정보의 과부하와 옷 가게
이는 옷 가게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점을 방문한 손님에게 여러 가지 옷을 보여 주면 손님은 결정 장애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오히려 한두 가지만 권하고 "이 옷이 진짜 손님에게 딱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이 구매 확률을 높입니다.
정보의 과부하와 선택의 패러독스
결국, 정보의 과부하는 선택의 패러독스를 초래합니다. 정보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선택을 하기 어려워지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정보를 제공하거나 받을 때는 항상 필요한 정보만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정보 편향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스타일난다의 성공 비결: 기획안 없는 단순함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의 성공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것은 '기획안 없는 단순함’입니다. 그녀의 사업 전략에는 모델 난다걸에 대한 팬덤, 대표가 직접 해 주는 고객 큐레이션 서비스, 빅 사이즈 고객을 겨냥한 77사이즈 코너, 중국어 등 다국적 사이트 개설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기획안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팬덤과 고객 큐레이션: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
김소희 대표는 "'사람들 마음을 이렇게 얻어서 이렇게 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기획안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요. 전 그렇게까지 똑똑하지 못해요."라고 말합니다. 그녀의 첫 난다걸은 그녀의 친구였고, 그녀는 친구를 예쁘게 입히고 사진을 찍으며 놀았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녀는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므로, 고객들이 질문을 하면 그녀는 그것에 대답했습니다.
77사이즈와 다국적 사이트: 고객의 요구에 응답
77사이즈에 대해서는 그녀는 "동대문 가면 다 해 줘요."라고 말합니다. 중국어 사이트는 중국 고객들이 요청했기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녀는 "전 장사꾼이니 원하는 대로 해 줘서 하나라도 더 팔면 좋은 거잖아요."라고 말합니다.
로레알과의 협력: 화장품 사업의 시작
로레알이 스타일난다를 거금을 주고 산 이유는 패션 부문보다는 화장품 사업 부문 3CE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2008년 코스메틱 사업부를 개설하고 제품 제작을 위해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녀의 화장품 사업 시작도 단순했습니다.
'베짱이’의 성공: 속도 사업에서의 감
그녀는 자신을 '베짱이’라고 부릅니다. 그녀는 잠을 많이 자고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패션, 화장품, 속옷, 컬러렌즈까지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업계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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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알바와 ‘어니스트 컴퍼니’: 단순함에서 시작된 성공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가 친환경 유아 및 가정용품 업체인 '어니스트 컴퍼니’를 만든 과정도 단순합니다. 그녀는 '씬 시티’와 '판타스틱 4’로 영화계 최정상에 있을 때 스태프 캐시 워런과 결혼해 2008년 첫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던 그녀는 유아용 세탁 세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결론: 계획 없는 도전, 정보의 수집, 거창한 시작
계획도 없이 무모한 도전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쓸데없이 많은 정보를 모으는 데 힘을 빼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쓸데없이 거창하게 일을 크게 벌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김소희 대표는 자신의 사업 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성향이 뭔가 위험한 걸 아저씨들처럼 크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사부작사부작, 조금씩 하는 스타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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